나의 격투게임 이야기.


어린 시절, 내가 살던동네에는 게임센터가 존재하지 않았다.
아케이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는 문방구 앞에 있는 조그마한 기기가 전부였다.
그래서 그 시절에는 게임계의 흐름을 알 방법이라고는 매달 사는 게임잡지 뿐이었다.
하지만 주위에 게임센터가 없기에 새로 나오는 격투게임은 사진을 보며 군침을 흘리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가끔 가정용 기기로 이식 - 그것도 SFC가 아닌 MD로 - 되면 특별한 날에
헐렁하게 이식된 것을 선물로 받으면 그렇게 즐겁게 즐기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격투게임이라는 것이 대전 상대가 있어야 즐거운 법. 

그 당시 SFC를 가지고 있던 친구네서 용호의 권2를 정말 미친듯이 즐겼지만,
그 녀석이 이사를 가면서 주위에 격투게임을 즐길 장소가 없어져 아이들의 격투게임 실력은 늘지 않았고,
그 결과 격투게임을 즐기는 아이가 줄어들어
자연히 나도 혼자 집에서 MD로 스파2나 용호의 권1등등을 가끔 즐길 뿐, 점점 격투게임이 멀어져갔다.

그러던 도중 중학교에 들어가며 본격적으로 게임센터에 가게 되었다.
게임센터에 들어가 격게에 도전했을 때, 캔슬이나 연속기 같은 기본지식도 모르는 나는 완패했다.

그 때부터 격투게임을 할 때, 옆에서 플레이를 훔쳐 보며 기술들을 익히기 시작했다.
적응력이 좋은 것인지 훔쳐보는게 손에 잘 익는 것인지, 따라하는 것은 어느 정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성격상인지는 모르겠지만 게임은 느긋한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다
격투게임도 심리전을 좋아하는 편. 그러니 연속기는 늘리가 없었다.
물론 손이 따라가지 못하는 탓도 있겠지만.

연습하려 해도 이미 패드가 스틱보다 적응되버린 탓에 스틱으로 연속기는 여간 쉽지가 않았다.
그러다보니 요즘 나오는 KOF등의 연속기 위주의 게임은 기피하게 되었고
기본기의 중요성과 심리전이 중시되며 진행되는 견제가 중심이 되는 예전 격겜에 더 재미를 두게 되었다.

어쨌든 그래서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게임이 아랑전설과 용호의 권이다. 
처음 KOF94가 개발된다는 소식을 현재는 폐간한 잡지 - 게임챔프에서 보았는데
그 기사에는 예상 출현 맴버들을 아랑전설과 용호의 권팀으로 구별하여 실려 있었다.

미키의 구수한 발음의 '컴온~베이비~' 도발을 들으며
테리로 파워 웨이브를 날린다는 생각을 했을 때는 그렇게 두근거릴 수가 없았다.
무엇보다 료와 테리가 한 장소에서 붙는다는 것은 정말 꿈에 그리던 일
- 물론 아랑스페셜에서 싸우지만 그 때는 그 게임을 해본 적이 없었고 일종의 덤이었으니까 -
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정작 나온 KOF94는 예상과는 조금, 아니 아주 다른 게임이었다.
멋진 군인 죤크로리, 나이스한 닌자 키사라기 에이지, 기스선생과 크라우져의 한판 승부 등등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고,
주인공이라고 나온 왠 못생긴 흰 백구두를 신은 양아치 고딩 - 그 당시에는 정말 그렇게 보였다 - 과
노런 뾰족머리, 그리고 땀내 나게 생긴 일본 유도 선수를 보게 되었을 때는 절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95는 에이지의 참전으로 그럭저럭 즐겼지만 96부터 점점 KOF는 SNK의 축제가 아닌,
KOF라는 오리지널 게임으로 변해갔다.

그래서 얼마전까지 격투게임을 아주 간간히 즐기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스컬로케이씨의 블로그에 갔다가 아랑스페셜이 미치도록 하고 싶어져서
에뮬로 받아서(…) 하기 시작했다.

현재 게임으로 치면 상당히 느린 스피드지만 기본기간의 견제가 상당히 오소독스하고
점프 강킥에서 강킥등으로 아주 딱 드러맞게 이어진다. 
또한 #HIT라고는 뜨지 않지만 분명히 기술들이 이어진다.
게다가 초필살기의 존재.
아, 또 장점일지는 모르나 가드데미지가 조홀라 높다.
가령 텅푸르의 다단히트하는 기술을 막았는데 체력이 뚝 떨어진다.

어쨌든 아랑전설 스페셜은 상당히 재밌다.
'어린 시절에 리얼타임으로 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그런 이유로 간만에 격투게임 만세다~!

요즘 다시 플레이가 뜸해진 스파제로3와 스파서드3도 다시금 플레이해야겠다.

PS. 사진은 아랑전설 스페셜에서 처음으로 텅푸르를 이겼을 때의 모습.
현재 손이 굳은데다가 키보드로는 도저히 기술이 안나가는 관계로
스테이지1 이상은 테리로는 죽어도 못넘기겠다.
게다가 크랙슛이 죽어도 안나단다.
쓰는 방법은 스컬로케이씨께서 가르쳐주셨는데도 안나간다.
쿨럭. 컴퓨터용 조이스틱을 사던지 해야지.

P.S 2 키보드보다는 손이 굳은 쪽에 무게가 실리는게 얼마 전 일본에서 스파3서드 참패하고 왔다. orz

2006/11/10 22:46 2006/11/10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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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Reply

  1. 민지 2006/11/11 11:08  수정/삭제  댓글쓰기

    격게 안합니다.
    제 안에 잠재된 무시무시한 승부근성 때문에...
    지는것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만약 제대로 한다면 무시무시한 플레이어가 될수도 있겠지만...
    돈노이로제때문에 게임센터에서 시간과 돈을 낭비할 일이란 없는겁니다(...)
    그나마 취향에 맞는건 버파정도.
    제가 흥분해서 스틱과 키를 마구 사용할때는 주위 친구들은 고개를 절레절레(넌 안돼;)

    어렸을때 친구집에서 MD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오락실 게임이 그렇게 완벽(그때는 그렇게 보였음)하게 이식된 게임기는 처음 봤기 때문에..
    엄청난 그래픽;ㅅ;
    주위에 다들 SFC밖에 없었기 때문에 진짜 놀랐지요.
    게다가 전 마스터시스템유저(슈퍼알라딘보이2)였기 떄문에 더 충격이 큰듯.
    아케이드는 열심히 합니다. 반복만으로 모조리 외울 수 있으니;

    • 겟피 2006/11/13 03:01  수정/삭제

      전 게임은 즐겁게 하자는 주의라'-'
      전 MD 유저였기에 MD보다 잘 이식된 SFC 게임을 보면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물론 네오지오는 조홀라 부러웠고요.

  2. 비렛타 2006/11/11 12:42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서 내가 그랬잖아, KOF는 더 이상 SNK 스폐셜이 아니라 독립된 한 작품이 되버렸다는거.
    요새 테리 보가드 하면 아랑전설보다 KOF를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소울 캘리버와 길티에 적응된 나로썬 오락실에서 KOF하니까 그냥 져버리더라 역시 허접인가;

  3. 비밀방문자 2006/11/11 15:35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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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지원 2006/11/11 20:12  수정/삭제  댓글쓰기

    ... (...) 그게 오빠가 게임 잘 하는 이유인가? (...)